한국일보 기사 펌글 입니다.
필리핀에서 생활 하다 보니 이런 기사 접하면 한국의 현실이 참 안타깝네요
●어플루엔자 (Affluenza)
사치병, 소비중독 바이러스. 풍요를 뜻하는 어플루언트(affluent)에 유행성 독감 인플루엔자(influenza)를 더해 만든 합성어.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는 현대인의 탐욕이 만들어낸 질병을 말한다.
- 아이, 돈으로 키운다?
수백만원 영어유치원 인기, 생일 파티도 호텔 뷔페로… 자녀 21세까지 양육비 2억
결혼·연애도 물질만능
맞벌이 배우자가 첫번째 조건, 결혼비용 2억 가까이 들어… 명품 문제로 결별도 다반사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A씨는 최근 초등학생 자녀의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받고 고민에 빠졌다. 장소가 특급호텔 뷔페였기 때문. 엄마들도 동행하는 자리라 선물은 얼마짜리를 해야 하는지, 뭘 입고 가야 할지 신경이 쓰였다. "아이랑 제 밥값만 해도 꽤 될 텐데 평소처럼 5,000원짜리 선물을 들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애 생일에 큰 돈 쓰기도 그렇고…."
육아도 명품 경쟁… 엄마들은 죽을 맛
패션 소비재에 국한됐던 명품 열풍이 최근 몇 년 새 라이프 스타일 전반으로 무섭게 번지고 있다. 결혼식은 특급호텔, 웨딩드레스는 해외 디자이너 제품, 여행은 해외여행, 유아교육마저 월 100만원을 훌쩍 넘는 영어유치원과 놀이학교가 대세인 양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그 중 명품 경쟁이 가장 뜨거운 분야는 육아. 저출산 기조와 맞물려 고급 유모차와 고가 브랜드의 옷, 영어유치원 정도는 해줘야 부모 노릇 제대로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반면 이를 좇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시달리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육아 어플루엔자의 확산은 유모차의 유행 추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금 여덟 살인 첫 애를 키울 때는 대부분 아가방 유모차를 썼고, 좀 좋은 거 쓴다는 사람들이 맥클라렌 같은 해외 제품을 찾았어요. 4년 뒤 둘째를 낳고 보니 맥클라렌은 국민 유모차가 돼 있었고, 요즘은 200만원에 육박하는 스토케가 대세라네요." 주부 서모(37ㆍ서울 대치동)씨는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많다 보니 가끔 우리 아이들만 너무 해주는 게 없나 싶어 속상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강남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관악구 봉천동의 주부 최모(31)씨는 조만간 어린이집에 보낼 두 돌 아들을 위해 미국 출장 가는 시누이에게 폴로 유아복을 몇 벌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아이들 옷차림에 따라 선생님이나 다른 엄마들의 대접이 달라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남들만큼은…"으로 시작된 은근한 경쟁 심리는 어느새 "더 좋은 것을…"로 발전한다. 여기에 사교육 붐까지 더해져 양육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 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자녀 1인당 21세까지 총 양육비용은 무려 2억6,204만원. 아이 하나 키우는데 매년 1,250만원씩 든다니, 출산 기피는 불가피한 귀결이다. 딸 하나를 둔 출판 디자이너 양모(34)씨는 "하나만 낳더라도 남들 하는 건 다 해주며 제대로 키우고 싶지 궁핍하게 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어차피 돈이 아이를 키우는 세상 아니냐"고 반문했다.
연애ㆍ결혼에도 냉혹한 현실주의 바람
어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연애ㆍ결혼 풍속도도 바꿔놓고 있다. 남성들은 배우자의 제1 조건으로 맞벌이를 꼽고, 경제력이 연애관계를 맺고 지속하는 데 중요한 변인으로 작용한다. 올 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미혼 직장인 6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맞벌이를 원하는 남성은 88.6%로 여성 82%보다 많았다. '가계에 도움이 돼야 하므로"(72.2%)가 첫째 이유였다.
결혼 5년차인 직장인 박모(37)씨는 지난해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려는 아내와 심한 갈등을 겪었다. 그는 "씀씀이를 줄이면 혼자 벌어도 살 수야 있겠지만 솔직히 더 넓은 집, 더 좋은 차, 더 여유로운 휴가, 이런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가 힘들다"고 했다. "엄마 품에서 못 크는 아이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애들이라고 맨날 싸구려 티셔츠만 입고 살면 행복하겠어요?"
중소 의류업체 직원 김모(32)씨는 올 봄 6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여자친구가 바라는 소비 수준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념일마다 명품 선물을 받고 싶어했어요. 처음에는 코치 토트백, 그 다음에는 루이뷔통 지갑, 구찌 쇼퍼백, 점점 액수도 커졌죠. 마치 그걸 해 주고 못 해주고가 사랑의 증거인양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는데, 평생 그걸 충족시켜주며 살 엄두가 안 나더군요." 그는 "남녀평등 외치며 악착같이 공부하던 여자들도 왜 연애 결혼 앞에선 그렇게 쉽게 물질만능주의에 빠지는지 모르겠다"며 "요즘 젊은 남자 치고 여자친구 명품 선물 때문에 고민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지상주의라는 시대의 흐름 앞에서는 여성들의 양성평등 요구도, 남성들의 가부장적 욕구도 힘을 잃고 만다. 어플루엔자가 창궐한 한국사회에서 사랑과 낭만은 사어(死語)가 되어가고 있다
200만원을 호가하는유모차 "스토케"(Stok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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